비, 밤, 별 rain, night and stars : 배지인 20220527 > 20220608

비가 내리는 날에 창밖을 바라보거나, 밤길을 걷거나,하늘에 별을 쳐다볼 때, 나는그런 생각들을 한다. 아직도 깨끗이 걷히지않은 어린시절들과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보았던 이별들,조용하고 차분한 방에서 보낸 날들과 바닷가에서 맞이했던 아침,지울 수 없는 후회들과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특별하지 않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과거로 돌아가기도,현재를 바라보기도, 미래를 상상하기도한다. 이런 사색에 빠지다 보면 내가 바라보는장면들은 평소와는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그리고그 순간에 바라본 풍경을 그리고자 하였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그저 의미 없이 흘러가는 순간들이 있다. 버스 창문을 빠르게 스치는 빗방울, 빛나는 도시를 감싸고 있는 밤 하늘, 칠흑 같은 우주 속에 가까워 보이지만 아주 먼 거리를둔 채 공허하게 떠있는 별들. 나는 이런것들이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곁에 있다고 생각하다가도멀게만 느껴지는 인간관계. 그래서 나의 일상의풍경은 한없이 차갑고 슬프게 느껴진다, 하지만한편으론 늘 우리 근처에 있는 비, 밤 그리고별들로부터 오는 온기도 느낄 수 있다. 그런정서들을 그림에 담고 싶었다.

 

사진이라는 프레임을 사용해오며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 나갈때, 집중과 생략을 통해 화면을 구성하는것이 중요하다. 인물을 중심으로 작업을 해올때는 그것이 비교적 쉬웠지만, 전경에서는그러한 포인트를 잡는 것이 어려웠다. 초반에는그리고자 하는 배경과 인물을 작게 조합하는 점경의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하였고,드넓은 풍경으로 넘어가기 이전에 길에 버려진 화분이나 길을 걷다 찍은 푸른 꽃, 정물화와 같이 인물이 아닌 소재들을 그리기도 하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다양한 대상과 상황들이 공존하는 정경을 그리는것은 여전히 나에겐 큰 숙제였다.

 

한강에 반사되 부서지는 빛과  그 사이로 보이는 나무와 오리 배를 그리면서 현대철학가 베르그송이 회화에 대한 글이 도움이 되었다. “회화는 세계의 한 면을 드러내어, 우리가 그것을 다시 알아보고 진실되게 여기게 된다라는 문장이었다.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 빛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이미지들을 화가는 분리시키고화폭에 잘 고정시켜놓으므로 우리가 보지 못한 어떠한 것들을 보여주게 해줄 수 있다고도 하였다. 그래서 어떠한 설정과 이야기를 담으려는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내가 그 순간에 느꼈던감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어느새부턴가 작업실은 푸른색들로 채워져 있었다. 파랑은 다루기에 가장 어려운 색감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파랗게만 칠한다 해서 해가저 버린 바다의 깊이감을담을 수 없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색깔처럼, 규정 내릴 수 없기 때문에 푸른색을가지고 있는 것들은 나의 심경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그렇기에 blue는 나에게 선명하면서도 닿지 않는 어떠한 존재의 영역이다그 분위기를 그려내는 과정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모아둔 일기장, 오래된 드로잉들, 간직해온 그림책들을 다시 한번 들춰보곤 한다. 오는 날의 수채화,긴 하루끝에 적는 서러움, 어두운세상을 하얗게 비추는 달. 문득 내가 그리고우리가 살아 쉬는  모든 순간들에,, 이 담겨있다는 걸 알았다.나는 우리들이 살아가며 겪는 외로움, 비애, 우수를 그곳에서 위로받았던 것 같다

by gallerygrida | 2022/06/01 13:20 | 2022 |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tschann.egloos.com/tb/691518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