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경破境 : 한경원 20181116 > 20181128

작가노트



  수묵의 ()색은 () () 함께 보여주는데, 이는 마치 새벽의 어둠 속에서 대상이 어렴풋이 인지되는 것처럼 경계가 모호하면서도 긴장된 것이다. 먹은 대상이 가지는 () () 표현해주면서 () 색이 된다. 이러한 현색(玄色) 통해 나는 () () 사이에서 대상의 본질 , 실재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나의 작업에서 불을 빌려 표현하는 과정은 기존의 수묵과 다르지만, 현색(玄色) 표현은 수묵과 같다고 있다. 내가 불과 그을음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정형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보는 대상의 실재성, 순수하고 원초적인 본질을 아무런 인식과 의식이 덧씌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드러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수묵과 다르게 불을 통해 차이를 두고 싶었다. 나에게 불은 순수한 수묵의 본질을 찾는 매개체다

 불이 태우고 남은 것은 가장 순수한 이미지의 본질이자 내가 바라본 대상의 아우라이며 이를 통해 대상이 갖는 실재적 힘을 모색하고자 한다. 불이 타고 지나간 흔적은 자체의 아우라가 지나가고 드러난 흔적이며, 이는 골법용필(骨法用筆) 맥락과 같다

 불을 지를 나는 작품 자체보다 작업의 양면적 기질인 소멸과 생성의 과정에 집중한다. 내가 바라본 대상 , 이미지를 태우는 소멸은 대상에서 얻어진 나의 경험과 인식 그리고 의식도 불로 인해 소멸된다. 그래서 대상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 본질 , 실재적 아우라를 화면에 생성하여 담아내려 한다. 나는 불태우는 과정에서 그을음이 번지고 불꽃이 피어 가는것에 홀릴 때가 있다. 불에 홀리는 동안 내가 사유했던 것과 경험을 통한 인식들이 불현듯 사라져가고, 내가 인지하기도 전에 나의 몸은 알아서 자연스러운 반응을 하고 있다. 이것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림이며, 즉흥적인 화면으로의 귀결이다.

 

 붓과 종이와 같이 익숙한 도구의 힘을 빌리는 것에는 내가 살아오면서 쌓인 내적 경험이 담기지만 불은 형태가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기에 완벽하게 통제할 없는 무정형성을 가진다. 내게 축적된 습관 그리고 대상과 맺은 경험 일체는 불의 무정형성으로 인해 비로소 사라지고 사라져간다. 이러한 과정은 작업에서 대상을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인식하는 것을 잊게 하고 먹을 잊고 나를 잊어가는 과정이자 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바이다

by gallerygrida | 2018/11/11 15:13 | 2018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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