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황도유 20170421 > 2017050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작업의 기원에 대해 설명할 때 어린 시절의 기묘한 기억을 들려 주었다. 종종 찾던 큰 물가에 친척 여동생과 산책하던 중 만난 자욱한 물안개 속에서 느꼈던 묘한 감각은 작가에게는 극적인 경험이었고, 이후 작업에서 그 경험은 끊임없이 되살려진다. 작가가 찾아낸 환상의 조각은 겹겹이 쌓여진 두꺼운 아크릴층에 의해 현실에 포획된다. 현실과 비현실의 미묘한 경계선 상에서 저 너머를 바라보는 시선에 걸맞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명제의 작업들 속에서 화면상에 나타나는 한 명의 소녀는 확실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곳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앨리스는 작가가 물안개 속에서 경험한 환상의 투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캔버스 밖의 현실 세계에 발딛고 선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기도 하다.

두 번째 개인전부터 시작된 앨리스의 여행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금까지의 화면이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부드러운 색채로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이번에 보여주는 화면은 어딘가 낯설다. 물론 이전의 작업들에서도 지금의 작업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강한 어프로치들이 분명히 존재했고, 화풍이나 다루고 있는 소재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앨리스의 시선은 우리를 향하고 있다. 처음 볼 때 느껴진 낯설음은 지금까지의 모험에서 이미 예고된 것들이다. 작가들에게 작업은 완결이 아니기에 모색을 거듭할 수밖에 없으며, 좋은 오래된 것 보다는 차라리 나쁜 새로운 것이 선택되는 것이다. 작업의 새로운 도전에서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작가도 있는 반면, 이전의 작업 토대를 굳건히 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가지를 피워올리는 작가도 있다. 황도유 작가의 경우 후자라고 생각된다. 본질적인 면에서 본다면 지금까지의 여정을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험은 시작되고 있다.


by gallerygrida | 2017/04/13 09:28 | 2017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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